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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침에 산책을 하다가 문득 배우 로빈 윌리엄스의 모습이 떠올랐다.
영화 굿윌헌팅에서 멧 데이먼의 어깨를 붙잡고 "It's not your fault"라고 읊조리던 장면. 굵은 팔뚝과 커다란 손을 덮은 털들이 세세하게 기억이 났다.
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 장면을 보고 대단한 감동을 받았다. 그런 연기를 해낸 배우가 결국 알콜중독과 우울증으로 자살했다니. 이곳에 더는 존재하지 않는 그가 새삼 믿기지 않았다.
그러자 별 볼일 없지만 지금 살아있는 나 자신이 대단히 특별하게 느껴졌다. 어쨌거나 나는 지금 살아있어 이미 죽어버린 대단한 로빈을 떠올릴 수 있는거지, 라고.
숙취없이 공원을 환하게 채운 햇살속을 걷는 발걸음이 더없이 가벼웠다.'절주일기' 카테고리의 다른 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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